[NT포커스] 운전대 못 놓는 고령 운전자…해외여행 온 가족의 비극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2 09:12:49
  • -
  • +
  • 인쇄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의 한 도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가 뒤늦게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70대 택시 기사 A씨가 몰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고, 그로 인해 택시에 타고 있던 일본인 부부와 생후 9개월 된 딸이 큰 부상을 입었다. 아기는 의식을 잃은 채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다. 가족 여행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은 이들의 상황은 한 인간의 실수로 인한 참극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새삼 일깨운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운전자는 처음에는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이후 “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을 바꾸었다. 음주나 약물 복용 정황은 없었다. 단순한 조작 실수였으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은 고령 운전자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경고음이다. 도로 위에는 현재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150만 명을 넘었고, 전체 운전자의 10%를 훌쩍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의 사고 원인은 대부분 ‘급가속·급제동’, ‘중앙선 침범’, ‘보행자 미인지’ 등 판단력과 순발력 저하에서 비롯된다. 시력, 청력, 반응속도의 저하가 누적되면서 순간적인 대응이 어렵고, 페달 조작 실수나 브레이크·엑셀 혼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19년 부산에서는 70대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급가속으로 돌진해 행인 3명을 다치게 했고, 2022년 인천에서는 80대 운전자가 상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초 대전에서는 75세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버스를 들이받아 2명이 숨졌다. 모두 운전 미숙 혹은 페달 착오가 원인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3년마다 한 번씩 적성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운영하며, 반납 시 교통비 지원이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반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운전이 곧 자존심’이라는 세대적 인식이 여전하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운전이 곧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한 번의 실수가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로 두기에는 무겁다. 고령 운전자 스스로의 결단도 필요하지만 안전한 이동 서비스, 맞춤형 교통 지원, 심리적 상담 프로그램 등 사회가 그 결정을 뒷받침할 현실적 대안도 필요하다.

이번 사고의 피해자가 한국을 여행 중이던 일본인 가족이었다는 점은 더 큰 슬픔을 남긴다. 낯선 나라에서의 단란한 가족여행이 한순간에 비극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생후 9개월 아이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젊은 부부는 “우리의 아이가 언제 눈을 뜰 수 있을까”라는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고령 운전의 위험성은 통계로도, 사례로도 충분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그럴 수도 있다’는 안이함 속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는 편리함을 넘어 ‘잠재적 흉기’가 될 수 있다. 도로 위의 비극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노년의 운전은 개인의 자유만으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저작권자ⓒ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우도헌 기자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사회

+

종교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