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포커스] 암표가 무너뜨리는 공연 생태계와 ‘암표3법’의 과제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3 10:35:10
  • -
  • +
  • 인쇄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친구와 연인, 가족이 나란히 앉아 보고 싶은 공연이 암표로 인해 위협받은 지 오래 됐다. 인기 공연이 매진되면 웃돈이 붙은 티켓이 온·오프라인에서 활개치고, 공연 주최사는 1인 1매 구매제한, 본인 확인 강화 등으로 막기 위해 온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웃돈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불편과 불공평이 현실이다.
 

▲사진=한국뮤지컬협회

암표는 공연 관람 문화 전체의 건강성이 흔들리는 징후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2023년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에서는 암표 한 장이 50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1장의 티켓이 정가보다 수배 이상 거래됐다는 신고 사례는 셀 수 없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표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약 23.4%였고, 암표 사기로 인해 “모든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이처럼 암표는 관객 피해를 유발하는 소비자 문제인 동시에 공연기획사와 아티스트에게도 시장 왜곡과 이미지 훼손 등 산업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정가 티켓이 빠르게 매진된 뒤 암표 시장에서 ‘프리미엄 티켓’으로 거래되면서 공식 유통망이 왜곡된다. 공연 기획사는 티켓 판매 수익 외에도 관객 데이터·관람 경험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설계하는데, 암표로 인해 진짜 관객이 아닌 리셀 거래자가 유입되면서 이같은 계획이 흔들린다. 관객 입장에서는 본인이 제값을 주었음에도 좌석을 얻지 못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당함이 생긴다. 공연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돈을 벌어가는 거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정부·국회에서는 공연 및 스포츠 분야의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암표 3법’이 추진되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입장권을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부정판매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다. 암표 거래로 인한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처벌 수위의 상향 및 과징금 부과, 신고 포상금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강화하려 한다. 스포츠·공연 양 분야에서 동일한 법적 틀을 통해 공정한 티켓 유통 질서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개정안의 궁긍적인 목표는 건전한 공연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법안이 수월하게 시행된다면 티켓 구매와 관람이 금전력이나 네트워크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일반 관객이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참여 가능해진다. 공연 주최사와 기획사는 티켓 정가 판매율이 올라감에 따라 수익 예측과 사업 설계가 안정화된다. 암표 거래가 줄어들면 공연 입장권의 유통 경로가 공식화되고, 관객 데이터를 통한 관람자 경험 개선과 맞춤형 기획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공연 문화가 올바른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산업 전체의 신뢰가 향상된다.

물론 법 개정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기획사·관객 모두의 책임과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암표 거래를 유발하는 매크로 구매, 아이디 양도, 단체 대기방 등 복잡한 구조에 대한 단속 체계가 강화되어야 하며 관객 스스로도 비공식 거래를 경계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건전한 공연 관람 문화가 산업의 기반이 되도록 제도와 태도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한 시점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저작권자ⓒ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사회

+

종교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