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포커스] 오래된 맛, 새 숨결을 입다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7 13: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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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서울 서초구가 지역의 오래된 식당, 이른바 ‘노포(老鋪)’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에 나섰다. 2001년 이전에 문을 연 식당을 대상으로 경영 개선, 위생·서비스 향상, 마케팅 전략 등을 돕는 ‘노포식당 모범음식점 선정 컨설팅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서류심사와 현장평가를 거쳐 10곳의 식당이 선정되며, 컨설팅을 받은 업소 중 우수한 곳은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식당에는 지역의 역사, 주인의 철학, 세대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입소문으로 쌓인 신뢰, 꾸준히 이어온 맛의 노하우는 프랜차이즈가 따라잡기 어렵다. 특히 서울 서초구처럼 변화가 빠른 지역에서 수십 년을 버틴 노포들은 그 자체로 도시의 문화자산이자 생활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만들어준 전통은 때로는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메뉴의 노후화, 경영 방식의 비효율, SNS 홍보의 부재, 위생 기준 강화 등은 많은 노포들에게 현실적인 벽으로 다가온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방의 기술이 단절되거나 젊은 손님 유입이 줄어드는 것도 고민거리다. 맛은 변하지 않았지만 시대의 소비 패턴은 달라진 것이다.

이번 서초구의 컨설팅 지원사업은 바로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기보다 각 식당의 상황에 맞춘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영 효율화, 위생 관리, 고객 응대, 브랜딩, 홍보 등 실제 매출과 지속 가능성에 직결되는 항목들이 주요 지원 분야다. 지속 가능한 전통의 계승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의미 있다.

이번 사업은 몇몇 식당의 개선을 넘어 지역 상권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포는 지역민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에게 그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이들이 현대적 서비스와 마케팅 감각을 더하면 지역 관광 활성화와 경제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지역의 식문화 정체성을 보존하는 문화적 가치도 크다.

노포식당은 오늘의 손님을 맞이하고, 내일의 미식 문화를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역사다. 서초구의 이번 지원사업은 행정이 전통을 보존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와의 조화를 통해 재도약의 기회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래된 식당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릴 때 우리는 세대를 잇는 이야기를 함께 맛보게 될 것이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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