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포커스] 치매안심학교가 그리는 공존의 풍경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7 10: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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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우리 사회가 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접어들면서 치매는 이제 가족 개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이자 문화적·정책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나주시가 발표한 ‘치매안심학교’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실천적 사례로서 주목할 만하다.


치매(dementia)는 여러 원인에 의해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뇌질환의 총칭이다. 기억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 판단력 장애, 실행기능 저하 등이 동반되며 종종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병 등이 포함된다. 증상 발생 이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으며, 따라서 예방·조기진단·치료뿐 아니라 사회적 지원과 돌봄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사진=나주시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인구 증가와 맞물려 치매환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 추세에 있다. 전체 노년층 중 경도인지장애(MCI)나 치매 위기에 놓인 인구가 백만 명 단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처럼 “65세 이상 노인 중 상당수가 인지기능 저하라고 평가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맞물려 치매환자의 증가가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치매 환자가 가족 중에 있다는 사실은 돌봄의 부담을 넘어서 가정의 일상과 구조 전체를 뒤흔든다. 환자의 인지저하로 인한 반복적 질문, 정서적 불안정, 폭력 가능성 증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스트레스와 부담을 늘린다. 돌봄을 맡은 배우자나 자녀가 경력단절, 경제적 부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게 되며 이혼이나 가족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치매 돌봄을 이유로 가정 폭력이나 방임이 발생했고, 그 결과 가족 단위가 파괴되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이번에 나주시가 운영하는 것으로 발표된 ‘치매안심학교’는 치매 예방 및 증상 완화, 사회적 고립 방지를 목적으로 기획됐다. 치매 예방반, 경도인지장애반, 치매환자반 등으로 나눠 3월부터 11월까지 주 1회(총 48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숲체원(숲 생태 활용), 동신대 산림조경·작업치료학과 등과 협력해 인지활성화 수업, 체험활동, 가족 힐링캠프, 졸업식·운동회 등을 구성한다. 치료 중심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유지’와 ‘인지기능 강화’를 핵심으로 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지역에서 이처럼 제도화된 치매 대응 프로그램이 나타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단일 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치매 환자가 배제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다.

치매안심학교라는 명칭이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나 여러 지자체에서 ‘치매 포함 돌봄 생태계 구축’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인지건강센터 운영, 치매친화마을 지정, 가족돌봄 교육 프로그램 등이 예라 할 수 있다. 나주시의 안심학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숲체원 등 특화 자원을 활용해 ‘참여형·생활형’ 치매관리 모델을 지역 차원에서 구체화했다는 측면에서 선도적이다.

나주시의 치매안심학교는 여러 가지 목적을 갖는다. 치매 예방과 완화를 목표로, 질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인지훈련과 사회적 관계 유지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치매 환자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다양한 체험과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해 치매가 ‘외로움의 병’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한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돌봄 네트워크는 개인과 가정의 정서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나주숲체원이라는 생태적 공간을 활용한 사업은 의료 중심의 접근을 넘어 문화와 자연이 결합된 ‘치유의 장’을 조성함으로써 치매를 보다 넓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바라보게 한다. 나주시의 이러한 시도는 치매를 숨기거나 회피해야 할 질환이 아닌, 충분히 관리하고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상태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적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급격한 한국 사회에서 치매는 노인 의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 돌봄, 일상생활, 경제, 문화 모든 영역과 맞닿아 있다. 나주시의 치매안심학교는 이러한 복합적 과제에 맞서 ‘지역·생태·돌봄’이라는 세 축을 잇는 실천적 모델로서 의미가 깊다. 고립되는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사회적 응답으로서 일상이 바뀌는 방식이 필요하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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