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프랑스 파리의 재즈 신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드러내 온 바이올리니스트 손모은이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 ‘모은(MOEUN)’과 함께 국내 투어를 연다.
2012년 스테판 그라펠리의 연주에 매료돼 홀로 파리로 떠난 이후 손모은이 걸어온 길은 한국 재즈 바이올린의 지평을 새롭게 쓸 만큼 과감했다. 2024년 프랑스 ‘라데팡스 재즈 콩쿠르(Concours National de Jazz de La Défense)’에서 한국인 최초로 연주자상(Prix d’instrumentiste)을 받은 순간은 경력의 정점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
| ▲사진=재즈브릿지컴퍼니 |
손모은은 일찍이 프랑스 현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22년 선사이드 재즈 콩쿠르에서 작곡가상 1위와 솔리스트상 2위를 수상하며 음악적 가능성을 넓혔고, 라 센 뮈지칼 레지던스 아티스트를 거쳐 파리의 권위 있는 재즈 클럽 ‘듀크 데 롬바르(Duc Des Lombards)’ 레지던스 연주자로 활동하며 프랑스 재즈계에서도 신뢰받는 젊은 연주자로 자리 잡았다. 동양적 감수성과 유럽 재즈의 자유로운 즉흥성이 섞이는 그의 음악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매우 자연스럽게 넘나든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를 받는다.
손모은의 음악 세계를 정교하게 구현하는 팀이 바로 ‘모은’이다. 기존 활동명 ‘손모은 프로젝트’를 버리고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온전히 담겠다는 의지로 새롭게 이름 붙인 밴드는 피아니스트 덱스터 골드베르그와 기타리스트 로망 하버트라는 프랑스 기반 핵심 멤버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베이시스트 김대호와 드러머 김영진이 가세해 다국적 색채의 앙상블을 완성한다. 이번 내한 투어는 이 조합이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투어는 오는 22일 서울 푸르지오아트홀을 시작으로, 23일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 24일 대구 베리어스 재즈클럽으로 이어진다. 재즈 브릿지 컴퍼니는 “모은의 5인조 편성이 선사하는 음향적 확장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재즈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소개했다.
손모은의 연주를 접한 이들은 그를 “재즈 바이올린의 새로운 감수성을 여는 연주자”, “바이올린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러”라고 평한다. 관객 사이에서는 “연주 속에서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선율이 감정의 흐름을 정교하게 안내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는 곧 테크닉과 서정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그의 음악적 언어가 폭넓은 관객의 감성에 닿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가 수상한 ‘라데팡스 재즈 콩쿠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경연대회 중 하나로, 파리 라데팡스 지역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자리한다. 프랑스 재즈계의 신예 발굴 플랫폼으로서 수상자들은 이후 유럽 곳곳의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되는 경우가 잦다. 손모은의 연주자상 수상은 25년 전 나윤선의 특별상 수상에 이어 한국 재즈음악이 프랑스 중심부에서 다시 조명을 받은 중요한 사건이다.
손모은의 내한 투어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 연주자의 귀환을 넘어 새로운 유럽 재즈 감각과 한국적 서정성을 융합한 음악을 국내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는 드문 기회다. 동시에 손모은에게는 지난 10여 년의 음악적 여정을 고국과 다시 공유하는 ‘귀향 콘서트’에 가깝다. 그가 쌓아온 음악적 서사가 한국 관객에게 어떤 파장을 남길지 재즈 팬들뿐 아니라 음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저작권자ⓒ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