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3·1민속문화제’ 영산의 함성, 64년 전통이 이어지다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4 09: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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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경남 창녕군 영산읍 일대가 올해도 거대한 함성으로 물들었다. 지난달 28일부터 3월 3일까지 4일간 열린 제64회 3·1민속문화제는 독립의 의지를 계승하고 공동체의 혼을 다시 일깨우는 역사문화 축제로 다시 찾아왔다.


3·1민속문화제는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기리고자 시작됐다. 1961년, 영산 지역의 3·1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작은 행사가 시초다. 이후 지역의 전통민속놀이인 영산쇠머리대기와 영산줄다리기가 중심 프로그램으로 자리하면서 ‘민속과 독립정신이 만나는 문화축제’로 발전했다.
 

사진=창녕군

창녕은 예로부터 낙동강 문명의 중심지로, 교통과 교류의 요충지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영산장터에서 펼쳐진 독립만세운동은 지역민의 결집된 의지와 항일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창녕군은 3·1정신의 민속적 재현지로서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다.

또한 창녕은 오늘날 유네스코 3관왕 도시다. 세계유산 ‘교동·송현동 고분군’, 생물권보전지역 ‘화왕산·우포늪’, 인류무형문화유산 ‘영산줄다리기’까지, 생태·역사·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정체성 덕분에, 3·1민속문화제는 지역의 유무형 유산을 한데 엮어 보여주는 종합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영산의 함성, 미래로 잇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날 전야제에서는 제등행진, 쥐불놀이, 3·1독립만세 재현, 불꽃놀이가 이어지며 축제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영산국민체육문화센터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초대가수 박혜신, 강진의 공연은 세대 간 공감의 무대를 만들었다.

둘째 날에는 본격적인 전통의례와 무형유산 공개행사가 펼쳐졌다. ‘쇠머리발굴비 고사’와 ‘3·1독립결사대 위령제’로 선열들의 넋을 기렸고, 국가무형유산 ‘영산쇠머리대기’가 공개됐다. 쇠머리대기는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놀이로, 남성과 여성, 어르신과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적 의미가 크다.
셋째 날에는 삼일씨름대회와 줄다리기 제작 시연, 마지막 날에는 농악경연대회와 꼬마줄다리기, 행사의 절정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영산줄다리기’ 공개행사가 이어졌다. 직경 수십 센티미터, 길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줄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엮고, 수백 명이 한쪽 끝을 잡아 당기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웅장한 놀이 속에는 경쟁보다는 화합, 승패보다는 공동체의 결속을 중시하는 전통 가치가 녹아 있다.

창녕군에 따르면 올해 3·1민속문화제에는 약 3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지난해보다도 늘어난 수치로,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지역 농산물 판매장과 향토음식 부스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외지 관광객이 우포늪 생태탐방이나 교동고분군 견학까지 연계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문화제 이후 군 관계자는 “행사 기간 동안 숙박·음식업 매출이 예년 대비 약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3·1민속문화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3·1운동의 역사적 의미, 전통민속의 공동체 정신을 함께 되새김으로써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게 하는 자리다. 쇠머리대기의 함성, 줄다리기의 굵은 밧줄, 만세의 외침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창녕은 과거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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