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시간 속으로…다시 태어난 국중박 ‘선사고대관’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4 09: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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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중앙박물관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1층, 1,600㎡가 넘는 넓은 공간이 다시 숨을 쉰다. 15일부터 일반에 공개되는 ‘선사고대관’이 지난 2년간의 대대적인 개편을 마치고 ‘삶의 흔적, 역사가 되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선사고대관은 한반도에서 인류가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청동기 그리고 고조선·부여·삼한·고구려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과 문화의 변화를 시간 순으로 탐색하는 전시공간이다. 관람객은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지구의 탄생에서 고인류의 등장까지를 압축한 대형 영상 앞에 서게 된다. 불과 도구의 사용, 협동 사냥 등 생존의 역사를 담은 영상은 ‘인류의 시작’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영상이 끝나면 관람객은 두 갈래의 길을 마주한다. 오른쪽은 구석기·신석기·청동기를 아우르는 ‘선사 영역’, 왼쪽은 고조선·부여·삼한·고구려로 이어지는 ‘고대 영역’이다. 이 동선은 인류의 진화와 사회적 발전이 한눈에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이번 개편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진행됐다. 박물관은 전시를 보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확장하기 위해 연출 기법을 고도화하고, 그래픽과 영상 콘텐츠를 대폭 늘렸다. 전시 설명은 기존의 학술적 서술 대신 이야기체(스토리텔링) 형식을 차용해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관람객이 가장 흥미롭게 꼽은 고구려실은 규모를 1.7배(365.2㎡)로 확장했다. 그간 유물 부족으로 아쉬움을 샀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대박물관 등 외부 기관과 협력해 전시품을 대폭 보강했고,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의 디지털 복원본, 연천 무등리 보루 출토 철갑옷, 안악 3호 무덤과 강서대묘의 벽화 재현 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했다.

‘구석기실’에서는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전곡리 주먹도끼를 비롯해 다양한 뗀석기가 전시된다. 재현 영상과 그림 설명은 수십만 년 전 인류의 도구 사용법을 생생히 되살리고,
‘신석기실’에서는 부산 동삼동 패총을 바탕으로 당시의 생활과 해양문화를 투사 영상으로 구현했다. 청동기실로 넘어가면 청주 학평리 비파형 동검, 정선 아우라지 청동 장신구 등 농경과 권력, 공동체의 확장을 상징하는 유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고대 전시에서는 고조선의 비파형·세형 동검, 부여·삼한의 청동기 문화 그리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인 국보 ‘전 덕산 청동방울 일괄’이 새롭게 상설 전시된다. 국보급 유물들이 단일 공간에서 서로의 맥락 속에 놓이며 한반도 고대 문명의 진화 과정을 유기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선사고대관의 가장 주목할 변화는 ‘어린이 배움 공간’의 신설이다. 선사·고대 영역 각각에 마련된 체험 존은 만지고, 맞추고, 직접 탐구하는 반응형 전시로 구성됐다. ‘주먹도끼의 비밀’을 퀴즈로 풀거나 청동기 시대 농경문 청동기를 통해 고대인의 신앙을 배우는 등 어린이 스스로 역사를 발견하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선사고대관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변화의 궤적을 시각과 감각으로 체험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수십만 년 전 주먹도끼를 쥔 손끝에서 고구려 벽화의 푸른 하늘 아래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는 어느새 낯선 옛날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개편의 의미를 “역사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이 곧 미래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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