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Start” 게임의 시간을 기록하다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6 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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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마블문화재단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서울 구로구 지타워 3층, 유리 벽 너머로 네온빛이 반짝인다. 이곳은 지난달 문을 연 ‘넷마블게임박물관’으로, 최초의 게임 전문 박물관이다. 수많은 게임들이 탄생하고 사라져간 흐름 속에서 산업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게임의 시간을 보존하고 기록하려는 시도다.

 

박물관은 게임을 연구하고 체험하는 공공적 문화공간’을 표방한다. 넷마블문화재단은 이번 개관의 취지를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게임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전제 아래 물관은 세 가지 큰 축 게임의 역사, 게임의 세상, 게임의 문화로 구성됐다. 각 섹션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게임이 사회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보여준다.

박물관에는 총 213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700여 점은 시민과 사내 직원들의 기증으로 모였다. 초기 비디오 게임기의 원형인 ‘오디세이’(1972), 가정용 콘솔의 효시 ‘퐁’(1976), 추억의 ‘재믹스’(1987), ‘겜보이’(1989) 등이 나란히 자리한다. 전시의 백미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아케이드 게임기 ‘컴퓨터스페이스(Computer Space)’다. 넷마블이 지난해 경매를 통해 캐나다에서 들여온 귀중한 수집품으로, 디지털 오락의 기원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복각된 고전 게임들이다. 1950년대 과학자들이 개발한 ‘테니스 포 투’, 우주전투를 다룬 ‘스페이스워’ 등이 당시 기술로 구현된 원형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이외에도 ‘스타크래프트’ CD와 매직스테이션 PC, 1980~1990년대 한국 게임 잡지와 홍보 포스터 등은 게임이 ‘산업’에서 ‘문화’로 진화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개관 기념 첫 기획전의 제목은 ‘프레스 스타트,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다. ‘ress Start’라는 문구가 상징하듯 전시는 한국 PC 게임의 서사를 다시 시작하는 ‘리셋의 순간’을 제안한다. 180~2000년대까지 제작된 국산 PC 게임 소프트웨어 60여 점과 당시의 컴퓨터, 잡지, 개발 자료 등이 전시되며, 한국 게임 산업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동시대의 욕망과 상상력을 담는 매체”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전시는 산업의 변천보다 게임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사진=넷마블문화재단

넷마블게임박물관의 또 다른 매력은 체험형 전시 구조다. ‘게임 세상’ 섹션에서는 게임 음악, 직업, 캐릭터 제작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시대별 게임 OST를 들어보며 게임 개발자의 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게임 문화관’은 학습과 체험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아날로그 감성의 플레이 컬렉션 존에서는 20여 대의 고전 아케이드 게임기를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다. 한쪽에는 게임 서적과 디지털 아카이브를 열람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가 마련돼 게임을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다.

부모 세대가 ‘갤러그’를 기억한다면 자녀 세대는 ‘스타크래프트’나 ‘배틀그라운드’를 기억한다. 박물관은 이들의 기억을 같은 시간대 안으로 불러와 ‘디지털 유산’으로 보존한다. 김성철 넷마블문화재단 대표는 “게임이 가진 힘을 연구하고 그 안에서 문화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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