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 ZOOM:IN] 10년 만의 귀환, 카우프만이 전하는 순간의 마법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0 10: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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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콘서트홀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세계 최정상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6)이 10년 만에 한국 관객과 재회했다. 독일 출신의 그는 모차르트, 푸치니, 베르디, 바그너까지 폭넓은 오페라 레퍼토리를 섭렵한 동시에 가곡과 대중음악, 영화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성악가다. 지난 4일과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내한 공연은 그의 커리어와 예술철학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카우프만은 세계 무대에서 70여 편 이상의 오페라 주역을 맡아온, 그야말로 현존 최고의 테너 중 한 명이다. 프랑스 클래식 음악지 디아파종 등에서 ‘올해의 가수’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최고 권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는 “오페라는 아마도 가장 정교한 예술 형식일 것”이라며 “최고의 정점에 이르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내한은 10년 만의 공연이다. 4일 ‘요나스 카우프만 리사이틀’에서는 슈만, 리스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낭만주의 가곡을 선보였다. 카우프만은 “가곡을 부르는 것은 가창의 궁극”이라며 “3~4분마다 새로운 상황을 전달하고 다른 인물이 되어야 한다.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질 때 청중에게 ‘순간의 마법’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30년 넘게 호흡을 맞춘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섬세한 호흡과 완벽한 호응을 보여줬다.

7일 열린 오페라 콘서트에서는 푸치니의 ‘토스카’, 비제의 ‘카르멘’, 베르디의 ‘아이다’, 조르다노의 아리아와 함께 대중에게 친숙한 ‘투란도트’까지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카우프만은 지휘자 요헨 리더를 대신해 수원시향을 직접 이끄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음악적 다재다능함과 무대 장악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리사이틀에서는 작은 몸짓과 호흡만으로도 음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카우프만은 “소리를 바깥으로 울려내기보다 몸 안 호흡의 압력으로 음을 밀어내듯 노래한다”며 깊이 있는 성악 기법을 선보였다. 오페라 콘서트에서는 전통적인 아리아뿐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극대화한 앙코르까지 포함해 약 두 시간 동안 열정을 쏟아냈다. 마지막 앙코르곡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국 팬과의 특별한 유대감을 확인했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카우프만은 30년 넘는 세계 최정상 성악가 경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마음가짐’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성대나 신체적 건강 관리뿐 아니라 어떤 일에 참여하고 무엇을 피할지, 어떤 유혹을 견뎌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비평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가로서의 철학을 묻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해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라(Always be true to yourself)”라고 답했다.

관객들은 카우프만의 섬세한 음색과 완벽한 테크닉,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무대에 열광했다. 공연장을 채운 기립박수는 그의 음악과 무대가 한국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세계적 테너라는 타이틀을 넘어 음악과 감정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삶에 ‘순간의 마법’을 선사하는 예술가다. 그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섬세한 표현력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판단력을 바탕으로 30년 넘게 세계 무대를 지배해 왔다. 이번 10년 만의 내한 공연에서도 카우프만은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하며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몸소 증명했다. 그의 목소리와 음악은 삶의 순간을 풍부하게 만드는 예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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