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백건우는 여전히 음악과 치열하게 마주한다. 그는 흔히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린다. 매 순간 건반 위에서 삶과 음악,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는 수행자라는 의미다. 이번 모차르트 3부작 음반의 마지막 편 발매는 그런 그의 탐구가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백건우는 유럽 고전음악의 전통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 세계를 다졌다.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브람스, 슈베르트, 쇼팽 등은 작품 속 감정과 인간적 서사를 꺼내는 ‘서사적 피아니즘’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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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니버설뮤직 |
모차르트 음반 시리즈는 백건우에게도 특별한 도전이었다. 그간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녹음했지만 모차르트 곡만을 집대성해 음반으로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그는 모차르트의 18개 작품을 직접 선별하고 녹음했으며, 세계적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과 협업해 세 차례에 걸쳐 음반으로 선보였다. 세 번째 음반에는 ‘환상곡 C단조 K.396’, ‘론도 A단조’, 독일 무곡,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작은 장례식 행진곡 등, 인간적 감정선이 풍부한 곡들이 포함됐다. 특히 ‘론도 A단조’는 그가 생애 처음 접한 모차르트 작품으로, 연주자 개인에게도 감회가 남다른 곡이다.
3부작의 표지 선정 과정에서도 그의 음악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백건우는 모차르트 음악 해석의 열쇠를 ‘아이다운 순수함’에서 찾고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그림 공모를 진행했고, 초등학교 3학년 이진형 군이 그린 백건우의 다양한 표정이 표지에 담겼다. 음악적 순수함과 탐구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음반 발매와 함께 시작된 ‘백건우와 모차르트’ 순회공연은 3월 8일 여수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전국 17개 도시를 누빈다. 음반 수록곡뿐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모차르트 곡도 포함된다. 백건우는 직접 선택한 피아노를 연주하며, 청중과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번 모차르트 프로젝트의 의미는 레퍼토리 확장을 넘어선다. 익숙한 작품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게 하고, 모차르트의 인간적 면모와 감정선을 생생히 전달하며 청중이 음악과 더욱 깊이 공감하도록 안내한다. 30년 넘게 세계 무대를 누빈 그의 연륜과 깊은 음악적 통찰이 더해졌다.
백건우가 그리는 모차르트의 세계는 여전히 탐구 중이다. 건반 위에서 펼쳐지는 그의 사색과 집중, 순수한 감정의 탐험은 오늘도 우리에게 음악이 지닌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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