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변속도, 브레이크도, 기계적 안전 장치도 없는 고정 기어 자전거인 ‘픽시 자전거’가 10대들의 새로운 도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속도와 스타일 뒤에 가려진 안전 문제가 무시할 수 없는 사화두가 되고 있다.
픽시 자전거는 원래 단거리 트랙 경기장에서 쓰던 선수용 장비다. 체인과 바퀴의 회전축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페달이 곧 속도이며, 라이더가 페달을 멈추지 않는 한 바퀴 역시 쉬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빠른 반응성과 직관적인 주행 리듬을 만들어내지만 제동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감속과 정지는 오롯이 신체의 힘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트랙 위에서는 완벽한 통제력을 자랑하던 구조가 일반 도로에서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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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픽시 자전거는 어느새 스트리트 문화로 소비되고 있다. 영상 플랫폼에선 픽시 라이딩 영상이 쏟아지고, 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픽시로 도심을 누비는 장면이 흔해졌다. 기계적 단순함에서 오는 미학적 매력, 스케이트보드나 프리스타일 BMX와 비슷한 멋의 감각이 맞물리며 라이더들은 자신만의 자율성을 픽시로 표현한다. 문제는 도시의 교통 질서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 위치가 모호하다는 점도 위험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국내에서 자전거는 브레이크 장착이 필수 기준이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는 자전거로 분류되지 않는다.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에도 속하지 않기에 이들은 법체계의 어느 구석에도 자리잡지 못한 채 사실상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론상 자전거도로 주행은 불가능하고 인도 역시 금지되며, 차도 주행 가능 여부까지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현실의 도로는 이러한 경계를 구분해주지 않는다. 결국 라이더들은 명확하지 않은 법적 지위를 가진 채 도로 위의 위험을 온몸으로 떠안는다.
경찰은 현행법상 픽시의 차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이동 수단이 일반 차량과 같은 공간을 달린다는 것 자체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특히 지그재그 주행이나 무리 이동은 도로교통법상 ‘공동 위험 행위’ 혹은 ‘안전 운전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라이더에게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는 늦게나마 청소년 안전교육에 나서고 있다. 충남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아산의 초등학교를 찾아 픽시 자전거의 구조와 사고 위험성을 시청각 자료로 설명했다. 경찰은 브레이크 장착과 헬멧·보호장비 착용을 최소한의 필수 조건으로 강조하며, 도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청소년 라이더 증가 속도를 생각하면 이러한 현장 교육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몇 가지 기본 수칙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도로교통법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권고 조항으로 두고 있다. 야간에는 전조등과 반사장치 사용이 필수이며 음주 운전은 벌금과 과태료 대상이다. 보도 주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속도 조절과 차도 진입 시 우측 가장자리 통행 등이 기본 수칙으로 정해져 있다. 이러한 기준은 자전거 문화가 발전할수록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지만 픽시 자전거와 같은 비정형 이동수단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제도적 점검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최근 의회 일부에서는 “브레이크 미장착 자전거를 도로에서 금지하거나, 최소한 브레이크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론되고 있다. 청소년 픽시 사고 증가에 따라 관련 지침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느리지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법안 발의나 규제 개정으로 이어진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픽시 자전거 문제는 도시에서 즐기는 문화와 법 체계, 세대별 이동 방식의 격차가 한 지점에서 충돌한 결과다. 속도를 즐기고자 하는 라이더의 감각과 도시가 요구하는 공공 안전의 원칙은 언제나 긴장 속에서 공존해왔다. 브레이크 없이 움직이는 문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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