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경건하게, 밤엔 화려하게…두바이의 라마단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0 10: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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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이슬람 문화권에서 1년 중 가장 신성한 시기로 여겨지는 라마단(Ramadan)이 돌아왔다. 올해 라마단은 3월 11일부터 4월 9일까지 이어진다. 두바이의 라마단은 경건함 속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다. 전통적 종교의식과 현대적 도시문화가 공존하며, 어느 때보다 깊이 있고 아름다운 밤의 도시로 변모한다.

 

사진=연합뉴스

라마단은 이슬람력(히즈리력) 9번째 달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처음으로 코란의 계시를 받은 달을 기념하는 시기다. 이슬람 신자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과 음료, 흡연, 성행위를 금하며 금식(사움·Ṣawm)을 실천한다. 이는 영적 정화, 인내, 겸손, 연민을 되새기는 종교적 수행이다. 일출 전에는 ‘수후르(Suhoor)’, 일몰 후에는 ‘이프타르(Iftar)’라는 식사를 나누며 하루의 단식을 시작하고 마친다. 이프타르 시간에는 가족과 친지, 이웃이 함께 모여 축제 같은 만찬을 즐기며 공동체의 연대를 다진다.

라마단 동안 두바이를 방문하는 비이슬람 여행자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두바이는 전통과 개방성이 공존하는 도시로, 관광지와 쇼핑몰, 해변 등은 정상 운영된다. 단, 공공장소에서의 음식·음료 섭취는 삼가는 것이 예의다. 호텔 레스토랑이나 실내 공간에서는 낮에도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거리나 대중교통에서는 금식 중인 이슬람교도를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복장 예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보다는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복장이 권장된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두바이의 밤은 오히려 더 길고, 더 활기차진다. 쇼핑몰과 레스토랑, 관광명소는 영업시간을 자정 이후까지 연장하며, 금식이 끝나는 일몰 이후에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두바이몰과 에미리트몰, 주메이라 비치 등지에서는 이프타르 뷔페와 야시장이 열리며, 도시는 낮보다 밤에 더 빛난다.

두바이 전통시장인 ‘라마단 수크(Ramadan Souk)’나 ‘하이 라마단(Hi Ramadan)’, ‘라마단 원더스(Ramadan Wonders)’에서는 현지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만든 의류·보석,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고,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워크숍도 마련된다. 해질 무렵 대포로 단식 종료를 알리는 ‘미드파 알 이프타르(Midfa Al Iftar)’ 의식도 인기 볼거리다.

밤 10시에는 불꽃놀이가 두바이의 하늘을 수놓는다. 블루워터스, 알 시프,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 몰 등에서 펼쳐지는 주말 불꽃쇼는 라마단의 경건함에 화려함을 더한다.

라마단은 사실 음식의 달이기도 하다.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전통 에미라티 음식부터 중동 전역의 요리를 담은 이프타르 뷔페를 준비한다. 대표적인 라마단 음료로는 감르딘(살구 음료), 잘랍(포도·장미수 음료), 빔토(베리 음료)가 있다. 두바이의 고급 호텔에서는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라마단 한정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라마단이 끝나면 곧바로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즉 단식 종료 축제가 시작된다.
올해는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두바이 시민들은 가족·친지와 함께 점심을 나누며 한 달간의 금식과 기도를 되돌아본다. 이 시기의 두바이는 연중 가장 화려한 축제 분위기로 물든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두바이는 가장 인기 있는 중동 여행지다. 한국관광공사와 두바이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18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두바이를 방문했다. 직항편이 늘어나며 젊은 여행자뿐 아니라 가족·커플 여행객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라마단 기간에는 숙박비가 비수기 요금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고, 더운 낮 시간에는 한적한 관광지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밤에는 도시가 다시 깨어나 쇼핑·야시장·불꽃놀이·이프타르 축제로 이어진다. 종교적 의미와 도시적 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에 두바이를 여행하기 좋은 때라 할 수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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