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 동해의 푸른 물결이 밀려드는 울진 후포항이 지난달 28일부터 한껏 들썩였다. 왕돌초광장 일원에서 ‘202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열리면서 6만 명의 발걸음을 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것이다. 비록 마지막 날 강풍과 폭설로 일정이 하루 줄었지만 동해선 철도 개통 이후 첫 해라는 상징성과 함께 지역 대표 해양축제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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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울진군 |
울진의 대게는 수심 200~600m의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갑각류로, 경북 울진과 영덕, 강원도 주문진 일대가 주산지다. ‘대게’라는 이름은 다리가 유난히 길고 대(大)자처럼 퍼져 있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반면 붉은대게(홍게)는 더 깊은 심해(700m 이하)에 살며 껍질 색이 붉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어선이 울진 연안에서 홍게를 대량 포획했으며, 1970년대 이후 울진 어민들이 본격적으로 어획 기술을 확보하면서 지역의 주요 수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 두 종은 지금도 울진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어획 자원이다.
울진대게 축제는 1999년 시작된 ‘울진대게 축제’를 모태로 한다. 이후 붉은대게(홍게) 어획량이 늘고, 소비층이 다양해지면서 2017년부터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로 이름을 바꿔 지역의 어업 자원을 함께 알리는 통합형 축제로 발전했다.
울진 앞바다의 왕돌초(王乭礁) 해역에서 잡히는 대게는 살이 단단하고 맛이 깊기로 유명해 대게 중의 대게라 불린다. 2~3월은 수온이 낮고 살이 꽉 찬 대게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대게 어민들에게는 1년 중 가장 분주하고 중요한 시기이며 지역민에게는 생계와 문화가 맞닿은 바다의 계절이기에 매년 이 시기에 축제를 연다.
‘대게의 왕, 울진대게 납시오!’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축제는 체험형 해양 축제로 기획됐다. 관광객들은 현장에서 붉은대게 낚시 체험과 울진대게 경매 이벤트에 참여하며 직접 잡고, 사고, 먹는 과정을 경험했다. 게장 비빔밥 무료 시식 퍼포먼스, 수산물 할인 쿠폰,
명품 붉은대게찜 50% 할인 행사 등 먹거리와 경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지역민이 함께 꾸민 공연 무대에서는 지역 통기타 동호회의 연주, 읍·면 대항 게줄당기기, 어린이 버블 매직쇼, 인기 가수 이찬원·풍금의 축하 공연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또 올해의 새로운 포인트는 해양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요트 승선 체험과 해군 함정 실내 관람이 처음으로 마련돼 울진의 해양 자원을 관광 자원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24년 말 개통된 동해선 철도(포항~삼척 구간) 또한 포인트였다.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울진 후포항까지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며 방문객이 급증했다. 울진군은 이를 대비해 후포역~축제장~후포마리나항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정차 열차를 임시 증편해 이동 편의를 높였다.
축제 전 KBS 2TV 예능 ‘1박 2일 – 울진 편’이 방영되며 전국적 홍보 효과를 거뒀다. 울진군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대게축제 숏폼 영상은 180만 뷰를 돌파,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덕분에 축제에 나흘간 6만여 명이 찾으며, 울진군의 숙박·음식·교통업계에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 후포항 인근 식당가에서는 사전에 준비한 대게와 홍게가 연일 완판됐고, 상가 매출은 예년 대비 30~4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 악화로 마지막 일정이 취소되었음에도 “올해는 철도 개통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찾았다”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대게잡이는 수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울진 어민들의 삶의 기술이자 전통이다. 축제는 그들의 노동을 기념하고,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바다의 가치와 지속 가능한 어업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울진의 역사, 생업, 공동체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문화행사로서 대게의 향으로 도시를 가득 채웠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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