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벗어나 진짜 한국으로…日 주목한 ‘한국 절경 30선’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0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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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일본여행업협회(JATA)와 손잡고 ‘한국 절경 30선’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인 관광객 유치 사업의 일환이지만 그 속에는 ‘서울 집중형 관광 구조’를 벗어나 ‘지방관광의 재발견’이라는 더 큰 목표가 숨어 있다.


이번에 선정된 ‘절경 30선’은 한국의 지역성과 자연미, 문화적 맥락을 함께 담은 명소들이다. 설악산(강원 양양), 하회마을(경북 안동), 해동 용궁사(부산 기장)처럼 이미 외국인 관광객에게 잘 알려진 명소부터 새별오름(제주), 순천만국가정원(전남 순천), 마이산(전북 진안)처럼 일본 여행객에게는 아직 낯선 ‘로컬 절경’까지 폭넓게 포진돼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눈길을 끄는 점은 ‘서울 제외 원칙’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의도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관광지를 배제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80% 이상이 서울과 인근 지역만 찾는 현실(2023년 외래관광객 조사)을 바꾸고, 전국 각지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번 30선의 구성을 살펴보면 세 가지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첫째, 전통과 자연의 조화다. 하회마을, 경주 대릉원처럼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포함된 곳과 설악산·순천만 같은 생태경관이 공존한다. 이는 일본인 여행객의 ‘역사+자연 복합관광’ 선호도를 반영한 선택으로 보인다. 둘째, ‘미식과 체험’을 결합한 지역형 관광이다. 선정 과정에서 접근성뿐 아니라 지역 대표 음식, 체험 가능성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풍경만 보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먹고, 걷고, 체험하는 여행’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다. 셋째, 관광의 균형 분산이다. 제주와 부산, 전라·경상 내륙까지 고르게 분포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됐다.

이는 지방관광의 브랜딩 전략으로 기능한다. 관광공사는 3월부터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에서 순회 세미나를 열고 ‘절경 30선 여행상품’ 개발을 위한 판촉 활동을 본격화한다. 일본 주요 언론사와 여행사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시찰 투어를 병행하며 하반기에는 JATA와 공동으로 여행상품 콘테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절경 30선’은 단발성 캠페인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생태계 구축의 실험이다. 공사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 미식·숙박·체험 프로그램을 패키지화하고, 현지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방관광 전용 노선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관광의 질적 전환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서울=한국’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의 다층적인 풍경 속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경험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서울의 네온사인 대신 전남의 갯벌, 경북의 마을, 전북의 산을 비추려는 시도는 한국관광의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한국을 찾는 일본인의 시선은 ‘쇼핑과 미식의 도시 서울’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시선이 ‘풍경과 사람의 나라 한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절경 30선’은 관광지 리스트 이상으로 새로운 한국을 보여주는 지도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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