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미
국 뉴욕의 엣지 전망대(Edge Observatory),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스카이파크 같은 시설은 한 도시의 상징이자 여행객의 버킷리스트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서울 도심 산 전망 명소 조성 프로젝트’는 이러한 흐름을 닮은 시도다. 남산을 비롯한 서울의 주요 산과 공원에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지는 전망문화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남산·용마산·호암산·하늘공원 등 7곳 그리고 내년까지 총 12곳의 전망시설을 조성한다. 이번 사업은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경험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를 정원처럼 바라보게 하는 시각적 체험’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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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시 |
서울의 대표 산인 남산에는 네 가지 개성이 다른 전망시설이 들어선다. 9월 완공 예정인 ‘남산 선셋전망대’는 이름처럼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설계됐고, ‘계곡전망다리’는 흔들리는 구름다리 위에서 도심과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바람전망대’는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숲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남산 마루전망대’에서는 정비된 ‘한국숲정원’과 함께 서울의 자연·문화·사람의 이야기를 아우른다.
남산 외에도 용마산의 하늘쉼터, 호암산의 트리하우스형 전망대, 하늘공원 전망계단 등이 올해 안에 완공된다. 이들 시설은 모두 기존 콘크리트 전망탑 대신 목재·자연 친화형 구조물로 조성돼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시민의 휴식과 감성을 채워주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서울에는 이미 남산타워, 63빌딩, 서울스카이 등 고층빌딩형 전망 명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그와 정반대의 방향을 택한다. ‘유리와 철골’이 아닌 ‘나무와 숲’의 언어로 만든 휴식형 전망문화가 중심이다. 기존 전망대가 관광객을 위한 소비 공간이었다면 서울시의 새 전망대는 시민이 자연과 도시를 함께 느끼는 공공 문화공간으로 기능한다.
최근 몇 년간 시민들이 찾는 도심 산책·등산 코스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걷는 길 끝에 감동적인 시야를 선물하자”는 발상이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회복하는 치유형 정원 문화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전망대 조성사업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자연 친화적 설계다. 데크를 설치할 때는 기존 수목을 우회하거나 ‘수목 보호홀’을 만들어 나무를 살리는 시공 방식을 적용해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한다. 둘째, 무장애 접근성이다. 남산 하늘숲길을 비롯한 주요 전망시설은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성된다. 셋째, 교통 연계성 강화로 KTX역과 버스터미널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 운행이 검토되고 있다. 넷째, 야경과 석양 명소화 전략이다. ‘선셋전망대’, ‘하늘계단 전망대’ 등 시간대별로 색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감상 포인트가 지정된다. 향후 확장 계획도 주목된다. 2026년에는 우면산·봉산, 백련산·용왕산에 새로운 전망시설이 들어서고, 인왕산에는 전망카페가 조성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2028년에는 북한산에 정원문화와 치유 프로그램을 결합한 전망 테마시설이 완성될 계획이다.
서울의 전망 문화는 전망 그 자체보다 경험의 의미로 옮겨가고 있다. 높은 빌딩 위에서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는 시대에서 산책길 끝에서 바람과 석양, 도시의 실루엣을 함께 느끼는 시대다. 이를 위해 서울의 산들이 변신을 앞두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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