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제주항공의 최근 사전 기내식 판매량 분석에 따르면 승객들이 가장 많이 고른 메뉴는 ‘불고기덮밥’이었다. 2024년 7~8월 기준으로 약 3만 7,500개의 사전 기내식 중 5,900여 개가 불고기덮밥으로 팔렸고, 다음으로 오색비빔밥, 떡갈비 도시락, 소갈비찜 도시락이 뒤따랐다.
항공사의 노선별 판매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인천~사이판 노선에서 사전 기내식이 가장 많이 팔렸고, 그 외에도 인천~보홀, 인천~괌 노선이 주문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가족 단위 휴양객이 많은 노선이라 한식 메뉴에 대한 사전 주문이 특히 활성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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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기내식 메뉴는 한식이 강세인 한국 노선을 반영하면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메뉴 선호는 전통 한식 메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반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외국 노선을 운영하는 한국 항공사들은 외국인 승객을 겨냥해 비건 메뉴, 채식주의자 메뉴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특별 기내식으로 채소 위주의 건강식, 저지방식, 채식 식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맞춘 비건 한식을 기내에서 제공하는 항공사들이 늘어났다는 보도도 있다.
한식 기내식의 변화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1990년대 초반 대한항공은 비빔밥을 퍼스트 클래스에 올렸고, 즉석밥이 보급되면서 일반석까지 비빔밥 기내식이 확대됐다. 최근 들어 대한항공 등은 파인 다이닝 스타일 기내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문어 영양밥, 차돌박이 비빔밥, 전복덮밥 등 고급 한식 메뉴를 제공하며, 항공 경험을 미식의 무대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 한국 항공기의 기내식은 기본적으로 서양식이 주류였고, 승무원들이 즉석밥솥을 들고 비빔밥을 제공하는 방식이 혁신으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에는 항공사들이 유명 셰프·레스토랑과 협업하고, 한식을 포함한 다채로운 메뉴를 기내식에 적극 도입하면서 기내식은 미식 경험의 일부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저비용항공(LCC) 중심으로 사전 예약 서비스가 일반화되며, 승객이 기내식 메뉴를 미리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커졌다.
기내식에 대한 기대는 이동 중 느끼는 배고픔의 해결이 아니라 항공 경험 자체의 일부다. 항공사가 메뉴 다양화와 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승객들은 하늘 위에서도 ‘한국의 맛’을, 혹은 건강과 개성을 반영한 메뉴를 고를 수 있게 됐다. 과거의 소박한 도시락에서 오늘날의 미식 여행으로 계속해 진화하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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